대학생 해외봉사단 ‘IYF 글로벌 캠프’ 이끄는 박옥수목사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조승희 사건을 보며 가슴을 치는 이들이 많다. 기쁜소식강남교회 박옥수 담임목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박 목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마음의 문을 닫은 데서 찾는다. 더 나아가 박 목사는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정신건강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_ 신규섭 기자 사진_ 박해묵 기자
박옥수(63) 기쁜소식강남교회 담임목사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명한 목회자다. 대본 없이 시간 넘게 이어지는 박 목사의 설교는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동시 통역되어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방송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유명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뉴욕타임스’에 그의 설교가 실리고 있다.
봉사활동은 나약한 정신에 영양과 운동, 휴식 제공
국내외를 아우르며 왕성한 목회활동을 벌이고 있는 박 목사를 올림픽경기장에서 만났다. 넉넉한 웃음으로 일행을 맞은 그는 얼마 전 목회활동을 위해 남미를 다녀왔다고 했다. 올림픽경기장을 찾은 것은 성경 세미나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의 주제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돌아올 때’
“‘누가복음’에 보면 아버지에게 돌아온 탕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야기에서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할 거란 생각에 최후의 상황까지 갑니다. 남을 미워할 거란 생각에 최후의 상황까지 갑니다. 남루하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는 살찐 송아리를 잡으며 환대합니다. 아버지의 마음은 그와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박 목사가 주목하는 것은 아들의 마음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아버지가 날 미워하겠지’하는 혼자만의 생각에 젖어 자신을 더욱 고립시킨다. 인간은 세상과, 혹은 사람과 단절되면 결국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거기서 출발한다. 박 목사는 마음을 막고 사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어릴 때 동생이 중이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제가 살던 동네에 병원이 딱 하나 있었는데 아버지는 동생을 살리려고 의사 선생의 집안 허드렛일을 대신해주셨어요. 그렇게 의사 선생과 친분을 쌓으며 동생 병을 고치셨어요.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스스로를 낮추신 겁니다. 요즘은 그런 게 없어요. 자신을 낮출 줄을 몰라요.”
스스로를 낮출 줄 모르는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결국 고립될 수밖에 없다. 박 목사는 얼마 전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조승희 사건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조승희가 나오지 말란 법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라고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군 자살방지 위원이기도 한 그는 한국 군대에서 이 같은 지우가 농후하다고 본다. 군에서 만난 사단장들은 “대부분의 병사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살을 기도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박 목사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신건강을 강조한다. 신체가 건강해지려면 충분한 영양 섭취와 운동, 휴식이 필요하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정신을 위해 충분한 영양과 운동, 휴식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충족시켜주는 게 봉사활동이다. 박 목사는 실제 경험을 통해 이 같은 확신을 얻었다.
정신의 담금질인 봉사활동 통해 새롭게 태어난 청소년
대학생들 사이에서 세계 오지 봉사활동으로 잘 알려진 ‘IYF 글로벌 캠프’의 시작은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제아였던 미국 교포학생 한 명을 소개받아 한국에 데려와 지도한 것이 ‘IYF'의 모태가 되었다.
“LA에 사는 분인데 ‘ 제 아들 앤디 좀 도와주세요’하고 세 번이나 부탁을 하셨어요. 엄마가 회계사니까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는데 아들이 권총을 갖고 다니고 마약을 한다는 겁니다.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앤디를 한국에 데려와서 몇 달 데리고 있었어요. 한국에 있는 동안 앤디가 많이 변했어요. 덴버에서 치과기공사로 일하는 앤디는 지금도 한국에 있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그 일이 LA 교민사회에 퍼지면서 매년 여름이면 중·고등학교 문제아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해마다 불어나는 방문 학생들을 감당하기 벅차 2001년에는 사단법인을 세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2002년부터는 세계 각지에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해외 봉사활동은 남미나 아프리카 등 주로 오지에서 이루어진다. 처음 봉사활동을 떠나는 아이들은 봉사하러 간다고 생각하지만 현지인들과 생활하며 자연스레 생각이 바뀐다. 가난할지언정 순수함을 간직한 현지인들을 통해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중요한 깨달음의 시간을 갖게 된다. 주러 갔다가 얻은 것이 더 많게 된다.
“봉사활동을 갔다가 말라리아에 걸린 학생이 있었어요. 약도 없는 최오지에서 극한 상황까지 가게 된 거죠. 그때 현지의 목사 사모님이 그 학생을 돌봐주셨습니다. 가난한 사모님은 자기 아이는 굶기면서 학생을 극진히 간호하더랍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학생은 지금까지 자기가 얼마나 많은 것은 누리고 살아왔는지 새롭게 깨닫게 된 겁니다. 자신이 누려온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변한 거죠. 이런 경우는 너무 많습니다.”
IYF에서 용기를 얻은 박 목사는 청소년을 위한 활동영역을 대안학교로 넓혔다. 부천에서 시작한 대안학교가 지금은 동서울, 부산, 광주 등 네 곳으로 늘어났다. 40명이 정원이지만 매년 1백여 명의 학생이 몰려 내치기도 쉽지 않다. 여세를 몰아 박 목사는 대학 설립도 추진 중이다.
“문제 있던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 캠프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얼마나 달라지는지 모르실 겁니다. 그 밝은 모습을 보는 것만도 제겐 너무 큰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