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래도록 망설인 끝에 두번째 글을 올립니다.
우선은 저의 첫번째 글 `창세기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갈망`에 답변 글을 보내주신 몇분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창세기를 과학적인 논리로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란 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종교와 과학의 영역은 분명히 다를테니까요. 그저 모두가 하나님의 능력이다라고 믿으면 끝날일이겠죠.
그러나 여전히 해갈되지 않는 이 목마름에 저는 정말이지 너무도 답답함을 느낍니다.
제가 언젠가 들은 얘기가 맞다면 하나님이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잔인하고 괴퍅한 분이다라는 심증밖에 드는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
하나님께 구원받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대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택받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이 말이 맞다는 전제하에 몇마디 먼저 올릴까 합니다.
하나님은 그야말로 전지전능하시다는 "신"이시죠. 당연히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통찰하실 수 있을 것이며 인간들의 속마음 꿰뚫어 보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겠죠.
아담과 하와를 만드셔놓고 그들더러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말씀하셨을 때 하나님은 그들이 언젠가는 그 열매를 따먹을 거라는 것을 아셨겠죠. 물론 먹고 안먹고는 아담의 자유의지라지만 그래도 결국 그가 열매를 먹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아시지 않았을까요? 신이시니까. 인간들의 행위가 몹시도 실망스러워 노아를 비롯한 단 몇명만을 남겨놓고 모두 멸하신 것도 이해가 안갑니다. 손수 만드신 아담과 하와의 후예가 종국에 가서 당신을 실망시키리라는 것 쯤은 어쩌면 창세 이전부터 아셨을터인데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능력있는 분이시니까) 왜 멸하실 존재를 창조하는 수고를 하셨는지.....
선택받고 안받고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도 참으로 쓴웃음 나오는 내용입니다. 자기가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또 그의 의를 따르려 애를 쓰면서 진정으로 선을 행하고 믿음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을 구원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훗날 지옥불에 던지건 어쩌건 간에 벌을 내린다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 미리부터 정해져있다? 미리부터 정해져있다라니.... 그렇다면 한 쌍의 부부가 자식들을 낳기 전에 미리부터 누구누구에게만 재산을 나눠주고 나머지 자식들은 언젠가 때가 되면 돈 한푼 없이 발가벗긴 채로 거리로 내어 쫓을 것을 정해놓고 자식들을 낳는다면 이것과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요? 도대체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자들 (믿음이 전파되기 전에 죽어서 끝내 하나님의 존재를 모른 사람들을 포함해서) 은 한낱 하나님의 장남감 같은 존재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님들 중에 이 부분에서 저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그렇죠. 하찮은 인간이 감히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건방진 일이겠죠.
저는 구원 받았다는 것이 진정 어떠한 상태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교회에서 동계 수련회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둘쨋날 밤인가, 초빙한 두분 전도사님들이 마련하신 일종의 이벤트가 계기가 되어 그날 밤 저는 난생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내가 죄인이란 사실을 고백하였으며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물론 그로부터 두달 정도까지는 갔지만요) 내가 선택받았다는 확신이 들었고 당연히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을뿐더러 바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성경 읽고 골방에 틀어박혀 하나님께 기도 드리고 하는 것들이 너무 좋아 평생 이 일만 하고 살수는 없을까 하여 목회자의 길을 걸을까도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 여겨집니다. 내가 목회자가 되었더라면 나로 인해 다른 수많은 교인들이 덤태기로 욕먹을게 뻔하니까요. 어찌됐건 이러한 경험이 곧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여기서 궁금한 것이 또 있습니다. 도대체 현재 구원받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믿는 걸까요? 분명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듣지는 않았을터인데요. 자기가 그렇게 믿으면 구원받은 것이고 믿지 않으면 구원받지 않은 것이 되나요? 그렇다면 이것 또한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 아닐까요? 착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볍게 구원받고 반면에 끝끝내 자기 자신을 낮추며 나같은 사람이 이토록 죄가 많은데 내가 어찌 "벌써" 구원받았겠어, 더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만 먹고 그렇게 살다가 끝내 확신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사람들은 정작 구원받지 못한 것이 된다면 이건 도대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께서 돌아가시면서 나의 죄를 대속해주셨다는 사실을 믿고 그 분을 나의 구주로 영접하면 죄사함을 받는 것이라고 했습니까? 그렇다면 거의 평생을 내 하고싶은 대로 막가파식으로 살다가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다싶은 생각이 들 때쯤 정색을 하고 그동안의 내 잘못을 회개하고 진정으로 예수를 내 주로 영접하면 구원받는 것인가요? (물론 사고로 어느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없다는 전제하에서겠지만요) 또 구원받은 뒤라도 인간인지라 죄를 범할 수 밖에 없을텐데 그 죄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일단 구원받은 사람의 죄는 다 용서가 된다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참으로 편리하고도 섬?하리만치 이기적인 발상이네요.
물론 구원 받았다고 확신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사는 것은 분명 부럽고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진정으로 구원받은 것인지 아니면 자기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뭏든 구원받았다고 떠들어대면서 도저히 제가 생각하고 있는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바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1. 신도수가 많고 건물이 크고 번지르르하면 제 할일 다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수천 수만명의 신도를 끌어모으고 그들의 헌금으로 초 호화판 교회를 짓고 자기 또한 근사한 자가용 몰고 다니며 온 가족의 얼굴에는 기름기가 돌게 하는, 심지어는 교회를 대물림하려고 하는 일부 몰지각한 목회자들
2. 내 귀에 좋은 음악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좋게 들릴 일만도 아닐텐데,전도하는 것이 내 최고의 사업이다라고 하면서 아무곳에서나 (특히 전철안에서 많이 목격됨)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일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투로 큰 소리로 소위 말씀을 전한다는 사람들
3. 어려운 현실때문에 정말이지 지척으로 널려있는 거리의 걸인들에게는 따스한 눈길한번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자기가 속해있는 교회 목사나 전도사들에게는 비싸고 기름진 음식을 대접하는데는 전혀 인색하지 않는 교인들이나 또 그걸 좋다고 아무 생각없이 낼름낼름 잘도 집어먹는 높으신(?) 양반들
4. 문화와 종교는 분명히 다른 것임에도 무조건 우상이라 매도하면서 단군상이나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 등을 보면 그것들이 분명 다른 사람이나 단체의 소유물인데도 어떤 식으로건 깨부시고 잘라내버리고 하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 것 같은 사람들
5. 과거 군사독재 시절이나 아님 현재라도 이 땅에서 행해졌고 또 행해지고 있는 갖가지 반 민족적, 반 민주적, 반 인권적 행태들 앞에서도 태연히 침묵만을 지켰고 또 지키고 있는 사람들
6. 정작 자기자신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발뺌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지역감정에 치우쳐 절대로 되어서는 안될 사람들을 정치인으로 당선시켜주는 사람들이나. 기득권을 포기하기 싫어서 틈만 나면 해괴하고 케케묵은 수구 냉전논리를 펴가며 민족의 통일에 저해되는 논조의 글이나 싣는 것이 하는 일의 대부분인 모 신문을 아무생각없이 열심히 구독하는 사람들
7. 기타 등등.......
이거 새도 너무 샜군요.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무지해서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구원받았고 못받았고를 확신하느냐 그렇지못하느냐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일을 행하고 있고 또 그렇게 살아갈려고 노력하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도시의 빈민굴이나 가난한 시골의 어느 한 구석에서 하다못해 천막으로 초라하게 엮어놓은 교회라 할지라도 그것을 문제삼지 않으면서 상처받은 가슴들을 받아주며 어렵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의 과업을 묵묵히 행하고 있는 이름없는 목회자들을 저는 존경합니다.
배운 것이 없어서 성경 한 구절 읽지 못하고 남들은 기복신앙이라고 폄하할지는 모르겠으나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대부분이 자기 자식 잘되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채워진 기도밖에 할 줄 모르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들의 기도가 저에게는 훨씬 더 인간적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글을 읽으시고 제 장인께서 또 가슴아파 하시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꼭 해보고 싶었고 이런 저의 생각에 남들은 어떤 말씀들을 해주실까 몹시도 궁금했습니다.
여러 님들의 많은 충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