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수양회 때의 일이다. 수양회를 가긴 가야겠는데 형편이 여의칠 않았다. 그냥 건축봉사나 적당히 하면 되겠다 싶었다. 온 식구가 다 같이 갔으면 했지만 그건 내 원함이었다.
'그래! 봉사하고 애들보고, 아내가 하는 일 도와주고 -----. 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등록비도 없고----'
주일 저녁에 아내와 다투었다. 수양회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며칠 전부터 간간히 몇마디 한 것이 아내의 비위를 건드렸다. 아내는 마음을 닫고 짜증을 냈다. 나는 집을 나왔다. 밤 새 동네를 돌아 다녔다. 빈 감리교회에 들어가 잠을 청했지만 잠들 수는 없었다. 겨울 밤날씨인데도 다행히 그렇게 춥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을 주시지? 아! 주께서 수양회 가기를 원하시는구나!'
마음에 선을 그었다.
'그래! 가자'
가지못할 형편을 다 제쳐두고 수양회에 갈 수 있도록 주께서 내 마음을 인도하셨다. 날이 새서 집에 들어가니 아내는 출근하고 없었다. 짐을 꾸려 차에 싣고 지역자매의 은혜를 입어 대덕산으로 향했다. 가면서 느끼는 내 마음은 홀가분했다.
수양관에 도착하여 담담차분소침해서 본관으로 들어가려는데,
"장형제님, 한밭교회 봉사해야 한데요. ㅂ목사님께 연락 한번 해 보세요!"
"어--어! 봉사?"
'아니 건축봉사도 그렇게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또 봉사해야 돼?'
나는 속으로 받아쳤다.
"아! 장형제님. 목사님이 그러시는데 장형제님은 그냥 쉬시래요"
"어--어. 그래요---!"
'그럼! 그래야지. 그래도 내가 전직이 목산데----. 어제 한 숨도 못잤는데 ----. 당연히 쉬어야지. 내가 무슨 봉사를 해? 말씀듣고 푸욱 쉴려고 왔는데 ----'
"아! 장형제님. 목사님이 오래요. 사람이 없어 봉사해야 된대요"
나는 ㅂ목사님을 만나 마지못해 식당으로 갔다. 전에 했던대로 식판이나 닦으려니 했다. 그런데,
"이 식기건조기를 한 주간 맡아주세요. 담당하는 형제가 몸이 안좋아서 그러니 대신 좀 맡아 주셔야 겠어요"
'아! 하나님이 시키시는건가'
짧은 설명을 듣고 식기건조기를 향하여 몸을 들려 바라보는 순간!
"너 대접받을 생각일랑 꿈에도 하지마라!"
내 안에서 들리는 음성이었다. 억! 나는 깜짝 놀랐다. 어차피 온 수양회, 다 잊고 말씀 들으며 푸욱 쉬자는 마음으로 본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나를 곧바로 식당으로 인도하신 주께서 내 안에서 들려 주신 말씀이었다. 단 2,3분 사이에 된 일로 나는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대접받고자 하는 내 안에 깊이 숨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듯 해서 더 어이가 없었다.
작동방법을 배우고 작업을 하면서 마음에서 눈물이 많이 났다. 너무도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또한 대접받고 싶은, 깊이 감추인 마음의 한자락이 그대로 드러나니 주님이 너무하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녹았다.
'주님! 어떻게 대접받을 생각을 안할 수 있습니까? 다 관두고----, 나이 먹으면 나이 먹은 것으로도 대접을 받을텐데----. 어쩌란 말입니까?'
2,3일을 씨름했다. 말이 안되고 이해가 안가는 말씀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주님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나는 못합니다'
순간!
"그러면 너 대접 안해줘도 서운해 하지 마라!"
'아! 예!! 좋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 이제 알아듣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난 못합니다. 내가 어떻게 서운해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도 은근히 대접받고자 하는 내 안의 속셈이 지긋지긋합니다. 주께서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날 은근히 대접받고자 하는 숨은 내 마음의 한자락이 주의 은혜로 짓밟혔다. 그 뒤로 인간의 대접에 은근히 민감했던 내 마음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너무 편했고 감사했다. 사람이 대접해 주지 않으면 주께서 대접해 주시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마태복음 20장 26~28장 말씀을 여러번 읽었다.
대덕수양관 식당 식기건조기 앞에서 주께서 내게 일해주신 일이 지금도 생각이 나고 은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