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에 오르다
귀국길에 오르다
9. 22일, 잠 못 이루는 새벽에


몸은 피로에 절을 대로 절었지만 새벽 2시쯤인데도 잠이 안 온다. 졸필이지만 기사를 쓰려면 늘 시간이 부족하니까 부득이 남들 자는 시간에 컴퓨터 켜 놓고 타이핑을 하곤 한다. 어제는 새벽 4시쯤 잤다. 토고 목사님과 인터뷰 하고 토고 집회 마지막 시간에 대하여 기사를 쓰고 인터넷이 안 되어 애를 먹다가.... 애만 먹어야 하는데 애꿎게 커피를 곱빼기 잔으로 2잔이나 먹어서 그런가 하루종일 말똥말똥했다.
전세 버스에 꽉꽉 다져서 탔다. 4명 앉는 자리에 5명씩 앉았는데, 용남욱, 한대희, 이지현 형제님과 문창원 장로님, 그리고 우태직 형제가 나란히 앉았다(몸무게 평균 내면 85키로는 될듯). 어제 박은숙 자매님이 말라리아 약을 먹었다. 힘든 내색은 전혀 하지 않지만 얼굴색이 좀 핏기가 없어 보인다. 버스 안에서 다른 자매님들과 대화를 나누니까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자신으로 인해 행여 분위기가 처질까 하는 마음인 듯했다.

국경을 통과하여 가나 땅에 들어와 ‘아다 비치’라는 곳으로 갔다. 정성껏 준비한 점심을 먹고 물가로 나가보니 비구름이 몰려오는 것 아닌가. 급기야 바람이 세어지고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그냥 가자니 온 게 아깝고 물에 들어가자니 춥고.... 다행히 비가 그쳐서 모두 모터 보우트를 타고 대서양으로 나갔다. 거대한 강 하류와 대서양이 만나는 광활한 모래톱까지 가서 바닷물 속에 들어갔다. 아크라, 로메, 배냉, 라고스로 이어지는 해안 도시들은 옛날 서아프리카의 노예를 실어 나르던 항구였다고 한다. 노예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재화들을 유럽으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실어 나르던 곳들인데, 지금은 교회가 세워져 복음이 힘 있게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차로 서너 시간 걸리는 거리(국경 통과하는 시간을 제하고)로 사이좋게 인접해 있는데, 배냉, 라고스를 가보지 못한 것이 좀 서운하다. 이곳의 종들이 복음의 장사를 활발하게 하면서 교회들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우리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
우리는 다시 배 타고 모래톱을 떠나 삼각주 비슷한 한 섬으로 들어갔다. 코코넛 나무들이 지평선을 배경으로 시원한 스카이라인을 그려내고 있었다. 하와이 같은 느낌도 들고. 섬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원주민들이 주는 코코넛도 마시고, 그리고 나서 원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박영국 전도사가 영어로 메시지를 전했고, 원주민 한 분이 통역했다. 예수님과 우리가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에 대한 짧은 복음이었다.

테마 교회로 돌아왔다. 모두들 몸은 지쳐 있었다. 그러나 저녁에 가진 송별 예배에서 다시 한번 불꽃을 태웠다. 츄이 찬송에 맞추어 거의 대부분 앞으로 나와 춤추며 노래했다. 언제 다시 당신들과 이 행복한 춤을 출 수 있겠느냐는 듯이, 현지인들과 한국인들과 어우러졌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밤을 새우고 싶었다. 그라시아스의 공연과 찬송에 한없이 즐거워하면서도 지나가 버리는 속도를 느끼면서 모든 게 아쉽기만 했다.
목사님은 “전에는 선교사들, 단기 선교사들을 두고 떠나서 안스러웠지만, 지금은 여러분을 두고 떠나는 것이 안쓰럽습니다” 하시며, 창세기 17장 말씀을 전하셨다.
말씀을 듣는 데에 심각한고비가 있었다. 졸음이 아니라 잠이 밀려왔다. 온몸이 피로하고 눈이 저절로 감겼다. 숙소가 다 잠겨 있어서 집회 장소에서 버텨야 했다. 뒤에 셀터로 가서 쇠 기둥에 몸을 기대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고개는 연신 가라앉았다. 잠시 후에 현지인 전도자 한분과 반영선 선교사님이 오셨다.
“많이 아프시다면서요?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괴로워하시는 걸 봤답니다. 많이 괴로우세요?”
기자는 깜짝 놀랐다. 아주 심한 말라리아에 걸린 줄 오해한 것이다. 잠을 며칠 제대로 자지 못해 그런 거라고,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해서 안심시켰다. 목사님 말씀을 놓치기 싫어서 겨우겨우 몇 줄 적은 것을 소개한다.

“아들이 일할 때와 아버지가 일할 때가 아들의 삶에 확연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런 분명한 선이 있듯이, 하나님만을 바라는 것과 내 방법을 쓰는 것은 너무 다릅니다. 아브라함은 75세에 약속을 받았지만 99세에 하나님이 그것을 이루어주셨습니다. 그 전에 하나님은 얼마든지 이루어주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실 수 없었습니다. 아브라함 마음에 아직 하나님이 하시는 일과 인간의 방법으로 하는 일에 대한 선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믿음으로 해 보다가 안 되면 이렇게 해 보지 뭐’ 이게 86세에 하갈을 취하여 이스마엘을 낳을 때의 아브라함의 마음입니다. 항상 자기 방법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우리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하나님만을 바랍시다! 정말 감사합니다”

밤에 내일 일정에 대하여 목사님이 설명해 주셨다. 티켓 잃어버린 14명은 75불씩 내고 방콕에서 12시간 기다리는 동안 방콕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온다고.... 다음에 말라리아 광고를 하셨다. 한국에 가서도 증세가 없어도 4주간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고. ‘달마’라 하는 차경환, 홍석기 형제님도 말라리아에 걸렸고, 도은진 자매가 저녁부터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손을 들었다. 이렇듯 어려움도 많은 여행이다.
그래도 예방약을 계속 먹었기에 말라리아를 해도 아주 악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약해도 말라리아, 장티푸스는 이름값을 제법 하는 놈들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전도여행 속에서 마음속 깊이 복음과 아프리카를 심으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린 하나님이 일하시는 아름다운 역사를 많이 경험했습니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가슴에 밀려온다. 우리가 먹는 열매마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고, 우리가 가는 교회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역사가 일어날 수가 없었다. 서부 아프리카는 복음 앞에 피가 흘려진 곳이다. 피가 밑거름이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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