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가난함을 인하여 너희로 부요케하려 하심이니라..
꽃가루가 잔뜩 날라다녀서, 눈과 코를 어지럽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나무들은 초록색 옷을 튼튼하게 챙겨 입고 있는지 온 산이 눈이 부시게 푸르릅니다. 은혜를 입을 때에도 나무들처럼 튼튼하게 그리고 더욱 푸르게 짙어가기를 바라지만, 늘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때와 같은 맘은 아니겠지만, 아무것도 한적이 없는 저에게 주께서 베풀어 주신 큰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맘에 조심스럽게 종이 위에 펜을 굴려봅니다.
작년 겨울, 저는 늘 그래왔듯이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이 많은 저희 집은 형편이 많이 어려운 편이었고,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으신 편이어서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방학 때에는 등록금 마련 때문에 아르바이트의 강도는 더욱 커지는 편이었습니다. 용돈과 학비, 전부를 제가 조달해야 했기 때문에 생활이 늘 숨이 차듯 했지만, 99년 7월에 구원받고 교회 안에 있으면서도 한번도 문제를 주께 맡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교회생활, 학교, 아르바이트는 저마다 돌아가고 있었고 심하게 삐그덕거리기는 했지만, 별로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늘 조여오는 무엇인가에 답답하게 눌려가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교회에 나가지 않는 횟수가 늘어났고, 급기야는 거의 한달 이상을 제 생활에 푹 빠져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중에 등록금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고, 자꾸만 답답한 맘에 책에만 푹 빠져 지냈습니다. 15일 동안에 책 18권을 읽을 정도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쯤에 교회 자매님이 전화를 하셔서 겨울 수양회소식을 알려 주었습니다. 수양회를 가면 변화를 입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기간 동안에 아르바이트를 도저히 놓을 수 없을 것 같아 망설여 졌습니다. 그 날 저녁, 답답한 마음에 성경을 읽다가 "시편 43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여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그 얼굴의 도우심을 인하여 내가 찬송하리로다` 라는 부분을 읽는 순간, 저는 저의 영혼의 상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날 밤, 저는 `주님, 제게 관련된 문제를 내려놓고 주께 나아가고 싶습니다. 등록금 문제를 내려놓고 수양회를 가고 싶습니다. 그 이후에 주의 도우심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라는 간절한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의 은혜로 수양회 물질을 얻어서 수양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수양회 기간 동안 재 복음반 말씀을 들으며, 저는 단 한번도 주께 제 문제를 맡긴 적이 없고, 한번도 결정을 내린 적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 답답했던 부분들이 풀리는 것을 느낄 쯤에 수양회 기간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기 전날 밤에 저는 드디어 끊임없이 고민했던 등록금 문제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약속의 말씀을 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고린도 후서 8장 9절"의 말씀이었습니다.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자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을 인하여 너희로 부요케하려 하심이니라` 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저를 부요하게 해주실 주님께 기대하는 맘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서울로 올라와서 저는 주위에서 저의 등록금을 걱정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말씀을 붙잡고 편안한 맘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에 저는 학교에 일이 있어 나가게 되었다가 PC실에서 친구를 만나서 등록금 고지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과에서 3등까지는 전액장학이지만, 4-8등까지는 부분장학을 주고 있었는데 저는 4등 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전액장학은 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반 포기 상태로 저는 과사무실에 내려가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서 천천히 학회실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등록금 고지서를 꺼내서 보는 순간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저의 등록금 고지서에는 제가 전액장학을 받은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아서 저는 과사무실에 내려가서 다시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복지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전액장학을 받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말씀을 잡고, 어떻게 도우실지 기대를 하고 있기는 했었지만 정말 생각할 수도 없었던 방법으로 일을 하셨기에 저는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바람의 길이 어떠함을 알지 못함같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었지만, 이 일이 있은 후에 저는 정말 하나님께서 놀랍게 일하고 계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제가 가지고 해결하려고 했을 때에 암담함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앞으로도 저에게 계속해서 일하실 주님께 소망이 생겼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주의 은혜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게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글은 동서울 교회의 오민옥 자매님 생활간증문입니다.
현재 오민옥 자매님은 서울 시립대학교 국어국문과 2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인터넷 서울 지역 기자 이대성 올림.
연락처 핸드폰 018 - 247 - 9619
이메일 daesung@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