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와 김한구의 딸
-왕비와 김한구의 딸- 영조대왕이 왕비(본부인)를 잃고 후비를 얻는 중에 세 처녀가 최후로 간택이 되었다. 먼저 대왕이 물었다. "김한구의 딸 너는 어찌하여 아버지 이름을 수놓은 방석을 깔고 앉지 않느냐? 다른 처자는 '저는 누구 딸입니다' 하고 아버지 이름이 쓰인 방석에 앉아서 임금인 나로 하여금 판단하기 좋게 하는데 말이다." "저는 우리 아버지 딸입니다. 딸이 어찌 아버지를 깔고 앉겠습니까?" "......" 대왕은 말을 못하였다. 방석에 아버지 이름이 수놓인 것은 바로 아버지가 아닌가... 부모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자는 불효라는 말이다. 왕비가 안 되어도 좋다. 왕비보다는 아버지의 딸로서 효녀의 도리가 먼저이니까... 효녀라는 이름이 밖에 크게 소문나지 아니하여도 딸로서 도리만 다 하면 된다. 왕비 이전에 딸노릇하는 딸이 되겠다는 말이다. 대왕은 이것을 알고 묵묵히 있었다. 속으로는 한편 갸륵하기도 하고 한편 맹랑한 대답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대왕이 다시 물었다. "고개 중에는 어떤 고개가 제일 넘기 힘이 드는고?" 한 간택에 오른 규수는, "대관령고개입니다."라고 하고 다른 처자는, "추풍령고개올시다."라고 하는데, 이 김한구 딸 김처자는, "보릿고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였다. 보릿고개는, 겨울 양식이 봄이 되자 다 떨어지고 그렇다고 햇보리는 아직 나오지 아니한 때, 하루 세끼. 아니 두끼, 아니 심지어 한끼를 채우기가 너무나 어려운 때가 있었다. 이것이 보리고개인데, 이 김처자가 실로 넘기 힘든 고개가 보릿고개라고 하니 어렵게 산 적이 있었나보다. 실제로 그 김처자는 어렵게 살았다. 가사가 기운 양반의 딸로 충청도 서산 당진 홍성 쪽에서 가난하디 가난하게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못 살아서 서울에 가면 아는 사람 연줄로 좀 벼슬이나 살까 한 아버지 뜻을 따라 가마를 빌려타고 보모랑 같이 상경하여 서울에 왔는데 도중에 노비와 숙식비가 없어서 갖은 봉욕을 다 당하고 급기야는 벼슬을 사러가는 초행원님에게서 돈 좀 얻어 가죽옷도 얻어 입고 한겨울에 상경을 한 적이 얼마 전에 있었다. 그렇게 빈한한 김한구는 어찌어찌하여 벼슬을 얻게 되고 마침내 그의 딸이 이 간택에 뽑히게 된 것이다. 가난을 신물나게 겪어본 사람만이 보릿고개가 가장 힘이 든 고개라고 할 것인데 바로 이 김처자가 그리 말을 한 것이다. 모름지기, 나라의 어머니(국모)인 왕후가 되려면 백성이 겪는 그 고통이라는 대명사인 보릿고개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음, 이번에는 다른 문제를 내겠는데 꽃 중에서 무슨 꽃이 제일인고?" 하고 물으니, 어떤 규수는 목련꽃이라고 하고 어떤 처자는 연꽃이라고 하는데 이 김처자는, "목화꽃입니다." 라고 하였다. 목화라 하니, 이 꽃은 화사하고 예쁜 꽃은 결코 아니므로 일반 상식으로는 맞는 답이 아니라고 하겠는데, 그 꽃이 핀 연후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면에서는 다른 꽃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유익한 꽃이니, 바로 목화가 백성의 옷감이 되어서 예절도 지키고 품격도 살리고 추울 때 보호하여 주기 때문이다. 이 점을 김처자는 말한 것이매 지금으로 말하면 실로 백성을 생각하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음을 알수 있다. 궁중에서 호의호식하는 왕비라도, 백성이 헐벗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왕은 마음에 들었다. 이리하여 경주 김씨 김한구의 딸 김처자는 영조대왕 말년에 계비가 되었으니 그가 곧 '정순왕후'다. 1759년(영조35년) 그의 나이 열네 살이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찾은 내용을 일부 조금 손질해 올렸습니다.) ♧ 총리나 국무관리가 될 사람을 검증하는 청문회를 볼때마다 영조대왕의 후비간택 일화를 떠올립니다.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마16:25) "...죽으면 죽으리이다..."(에스더4:16) 왕비의 '자리'(자신의 영광)보다는 효녀의 도리를 먼저 갖는 김한구 딸의 마음처럼, 내게 미칠 영향을 '계산부터' 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보여지는 형편을 무시하고 복음의 말씀으로 입을 열면...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자주 넘어지는 자인데, 이런 마음을 주시는 주님이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마음으로부터 찬양합니다. *사진의 꽃 이름이 '아네모네'라고 하는데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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