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있었던 MB의 괴산고 방문은 시골의 한 작은 학교로의 행차가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참으로 큰 대소동이 되고 말았다.
애꿎은 MB의 서민행보의 희생양이 된 괴산고의 학생들은 지금 엄청난 상처를 입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기자들의 강요에 못 이겨(이 기자라는 게 청와대사진기자들이란다 어째 포즈찍으라고 강요를 했다길래 계속 의아했더니) 억지 포즈와 박수, 하트를 그리며 찍은 사진들은 상상도 못할 책임으로 바뀌어 수많은 네티즌의 비난이 퍼부어졌다.
단지 왜곡된 한 장의 사진과 별 특별할 것 없는 기사설명은 실로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게 무슨 화제가 되고 난리거리가 되어야 되냐 해야 할 상황이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렇지 않다.
현재의 MB는 사실상 국민의 공적이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싶다. 생각이 없는 일부 네티즌들이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네티즌들이 일제히 한 목소리로 모든 행보에 대해 비난일색이라는 것은 네티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에 필히 그런 반응을 야기하는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그런 이유의 증거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MB의 정책들은 거의 전부가 반서민 행보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재개발 추진하고 서민 내쫓고..고용 유연화(비정규직 늘리기)..부자ㆍ대기업 감세에 복지예산 삭감, 심지어 빈곤층 학생들의 급식 비 삭감.....등등... 실제 정책은 그렇게 반서민적으로 해놓고 어쩌다 시장 한번 가서 오뎅 한번 집어먹고 마이 팔아라~(MB는 주로 국민들한테 반말을 한다 물론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문제이랴 만은 결코 고운 털을 박히게 하지는 않으리라), 열심히 살면 잘될거다 는 식으로 한마디 던져주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되는건가?
소위 MB의 서민행보라는 것이 있을 때마다 대부분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적대적이거나 냉소적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진을 찍은 기사나 이문동시장을 방문하고 오뎅을 먹을 때의 반응들도 거의 같았다.
그런데 이번의 괴산고 학생들 방문은 그 이전과도 좀 달랐다. 국민을 돕지 않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기만하고 탄압하고 모독하는 여러 정황들이 현지 주민들에 의해서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괴산고 주변의 한 주민은 “참 희한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3일간 충북 전체 경찰 사이카가 동원되어 예행연습을 하고...당일 날엔 학교 입구 교차로를 대형 버스로 산성처럼 막고 아예 차단, 그 사이 학교 입구 까지 각 블록 마다 검은 양복 입은 사람 배치되고,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아파트 구내 방송을 통해 3번 씩이나 베란다 문 닫고 빨래 걷으라는 겁니다. 귀한 분(?) 오시는 데 보기 싫으니까, 라며 방송,,,안 닫고 안 걷고 개기니까 와서 문 까지 두드리고...이게 대한민국 풍경입니까? 마치 마피아 보스 움직이는 듯,,,환영 인파 하나도 없고, 마치 접근 자체를 차단 하는 듯,,.....” 라고 방문기간의 현지모습을 전했다.
MB의 이 괴산고 방문을 보도한 기사는 학생들이 하트를 그리며 미소를 띤 사진을 싣고 있는데 이 사진 덕분에 괴산고 학생들은 인터넷 전역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자신들의 억지 포즈에 대해 비난의 물결을 이루자 충격과 억울함에 참다못한 괴산고 학생들은 마침내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켜서 한 것이고 그 포즈가 나오기 위해서 얼마만한 강요와 억압이 있었는지도 같이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경호원, 특수경찰 100여명으로 인해서 완전 통제당했고, 사진을 찍을땐
“자자 웃습니다 안 웃는 학생 뭡니까?”, “하트해 봅시다, 자 사랑해요~한번해봐요 얼른” 라며 웃음과 하트 포즈를 강요당했다.“
“방문 전 몇 시간동안 교실에 가만히 앉혀두고 화장실도 못가게 했다. 핸드폰은 학교오자마자 압수당하고, 물도 독약일수도 있다며 경찰에 압수당했다. 필통에 항상 두고다니는 커터칼도 압수당하고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갖고 와도 된다는 디카는 당일날 다 압수해버렸다.”
“만나면 무조건 환하게 웃고 환호성 지르고 박수열심히 치라고 청와대 경호원들과 교장이 강요했다.”
그야말로 한일 합방시 궁궐을 포위했던 일본군대를 연상케하는 완전한 포위속에서 국민 속이기 쇼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학생들은 “ 당시들도 이 자리에 오면 똑같이 할거 아니에요..?” 라고 항변한다. 만약 시키는대로 안했다면 학교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대통령님께 무슨짓이냐 해서 부모 소환에 정학처리 등등 엄청난 제재가 가해진다고 협박의 분위기도 증언한다.
“협박조의 말투에 살벌한 분위기로 압도하고 있는 경호원들, 주위 인근산 수색 다하고 운동장 검사 다하고, 기숙사애들 말에 따르면 새벽3시에도 학교 불이 켜져 있고 사물함 책상서랍다 뒤져봤다”
“그전날 예행연습이랍시고 2시30분부터 애들을 혹사시켰다 당일의 출석도 전날 다 했다.”
마치 언젠가 디스커버리채널에서 방영한 적 있는 북한의 아리랑 대공연 때 어린 학생들을 강제동원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학생들의 증언내용들은 명백한 인권유린이고 프라이버시침해다.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 박탈이다.
학교밖에 경찰 수십명, 학교 안에는 경호원 수십명, 교실에는 유일한 의지인 담임은 어딘가에 밀려나고 교장, 군수,교육감,교육부장관,대학총장,대통령까지 가득 차서 어린 학생들을 위압했던 것이다.
생리 현상까지 막은 이런 극단적인 통제는 엄연히 인권유린이자 학대이다.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 침해인 것이다
핸드폰, 디카도 다 압수하고 카터칼도 위험하다고 뺏고, 목말라서 가져온 물을 가지고도 독약일 수 있다고 다 압수해버렸다. 조그마한 산골 학생들이 무슨 테러리스트라도 된단 말인가? 그렇게 국민을 국민으로 대하지 않을 바에야 애초에 그런 방문을 뭐하러 하는가?
또하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이 한여름에 무슨 잠바를 입고 돌아다니냐는 것이다. 사실 그러고 보니 이문동시장 방문때도 그랬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진찍을 때도 항상 잠바를 입고 있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 여러 추측을 내놓았다. 제일 많이들 하는 말이 잠바 속에 방탄 조끼를 입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런것 같다. 전신화상을 입어 온 팔에 화상자국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물론 이명박 시장이었을 때 보인 모습으로는 그는 전신화상환자가 아니다.)
과연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걸까. 스스로도 뭔가 끊임없이 위협을 느끼는 것인가. 이 사람은 더 이상 국민을 자국 국민으로 여기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대통령도 소위 서민을 만나보겠다는 행보에 그런 이해못할 정도의 삼엄한 경비와 또 희한한 옷차림으로 갔다는 기사는 평생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국민을 자국 국민으로 안 여기면서 하는 민생행보?.........그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번 서민행보의 방문지로 괴산고를 택한 이유는 표면상으로는 공약사항인 기숙형 공립고 설치 이행 정도를 파악한다는 게 이유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 같다. 이 학교 김기탁 교장과 안병만 교과부장관의 고향이 괴산이고, 임각수 괴산군수가 괴산고 출신, 이기용 교육감은 괴산고에서 교장으로 재직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MB가 애들한테 자랑스럽게 소개했단다. 하고 많은 학교 중에 그 시골 변두리 학교를 택한 이유......이제 이해가 간다. 더구나 웃음과 포즈를 강요했다던 사진기자는 청와대 사진기자라는 대목에서 학생들이 전하는..... 경호원들 뿐만 아니라 담임을 제외한 거기 참석자들 전원이 모두 강압적이었고 위협적이라고 했던.....좀 이해 안되었던 부분도 이제 말끔히 이해된다.
아무튼 아무 죄없는 시골의 고등학생들은 이 난데없는 불청객으로 인해 그간 누리던 평화로운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 것 같다. 모쪼록 자신들이 용기있게 올린 댓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사과에 대해 마음이 풀어지고 정상을 찾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해서 사람들은 엄청난 진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것은 미디어의 왜곡의 힘이다. 만약 괴산고 주변 주민의 현장스케치가 없었다면, 학생들이 엄청난 잠재적 불이익을 부릅쓰고 전해온 증언이 아니었다면 그 기사와 사진을 본 사람들은 전부 왜곡된 이미지 그대로 받아들이고 처음에 보였던 반응대로 학생들에게 전국적인 비난을 퍼부은 채로 남았을 것이다. 진실은 전혀 엉뚱한 데 묻힌 채로....... 미디어의 힘이란 정말 가공스러울 정도로 위력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특히나 그것이 왜곡의 목적으로 쓰여질 때 그 피해는 실로 가늠하기조차 힘든 엄청난 것이 된다. 우리는 군사독재시절에 이미 그같은 경험을 충분히 한 바 있다. 또 지난 10년간 민주주의와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신장된 사회도 겪어보았다. 이제 또다시 왜곡의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압도적인 여론도 이 점을 증언해주고 있다. 이번 괴산고 소동을 계기로 다시 한번 진실된 미디어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날치기 통과된 미디어법을 결사적으로 무효로 만들어야 함을 새삼 다짐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옛날처럼 닫힌 사회였다면, 미디어를 통한 사실 공개가 없었다면, 불법투표,대리투표 현장을 국민들이 목격하지 않았다면 그 엄청난 진실은 고스란히 묻힌 채 “미디어법 진통 끝에 통과” 라는 쓰레기같은 헤드라인만을 접하고 기껏 혀나 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