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그냥 드나드는데 ----!
한밭교회 구예배당 건물이 커다란 장비의 굉음소리와 함께 부서져 내렸다. 모두 말없이 그 현장을 지켜 보았다. 아주 짧은 기간동안이나마 오르내리고 머물렀던 그 건물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냥 담담했다. 굳이 말한다면 시원섭섭하달까? 그 예배당에 오래 마음을 두셨던 지체들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종이 옛 것을 빨리 허물어야 좋은 새 것이 드러난다는 말씀에 이끌려 그 건물은 빠르게 허물어졌고 치워졌다. 바닥이 드러났다. 흙을 갖다 붓고 고르게 폈다. 자재나 도구들도 한쪽으로 옮기고 레미콘을 부었다. 콘크리이트 펼침작업은 늘 힘든 일이었지만 다같이 한마음으로 일할 수 있어서 잘 마칠 수 있었고 그래서 홀가분하고 좋았다. 하루이틀 지나면서 양생이 되니 트럭도 다니고 그 큰 펌프카도 들어왔다 나갔다. 이제 아스팔트 포장이다. 그런데 그 포장작업이 즉각 시작되지 않았다. 때가 되면 되려니 했다. 며칠이 지난 듯 했다. 어느날 드디어 장비가 들어오고 아스팔트가 깔리기 시작했다. 아! 드디어 -----. 한 형제가 어느 형제의 작정(?)으로 포장공사가 되는 것이라고 귀뜸해줬다. 아! 그렇구나!!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기름냄새!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고 돌렸지만 마음은 펴졌고 마음으로 맡는 냄새는 향기로왔다. 포장공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헌당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그 넓은 마당이 검은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되고 나니 너무 좋았다. 구예배당도 사라졌고 포장에 덮혀있던 철근더미도 사라졌다. 흙덩어리, 돌맹이, 자재들, 폐기물 등등, 수도없이 많은 물건들이 사라졌다. 마당이 이제 깨끗해진 것이다. 그러면서 드디어 새 건물의 위용이 드러났다. 또한 그 포장된 마당은 공사의 끝을 의미했다. 아마도 그래서 더 좋고 홀가분했을 것이다. 본당 건물에서 그 넓게 포장된 마당을 내려다보면 그냥 마음이 담담먹먹했다. 내 어두운 짐작으로 봐도 너무도 극적으로 그 포장공사가 이루어진듯 했다. 공사 막바지의 어려움속에서 주께서 너무도 극적으로 그 일을 이루신듯 해서 참 무어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거룩한 땅이었다. 나는 그 땅을 걸어는 다녔어도 차를 끌어다 대질 못했다. 댈 수 없었는지 대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그 땅에 내 차의 바퀴자국을 낼 수 없었고 시커먼 매연을 뿜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습관대로 동네 골목에 차를 대고 걸어 들어왔다. 밤에 한 번 서둘러 들어왔다 나갔을 뿐이다. 그런 나를 아시고 주께서 시편 84편을 읽게 하셨다. "만군의 여호와여 주의 장막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요 내 영혼이 여호와의 궁정을 사모하여 쇠약함이여 내 마음과 육체가 생존하시는 하나님께 부르짖나이다 나의 왕, 나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여 주의 제단에서 참새도 제 집을 얻고 제비도 새끼 둘 보금자리를 얻었나이다 주의 집에 거하는 자가 복이 있나이다 -----" 내게는 온 가족이 은혜를 입어 교회 안에서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 강하게 있었다. 주의 집에 거하는 자가 얼마나 복되던가? 그러나 형편은 전혀 그렇칠 못했다. 그건 그랬다. 말씀 속에 "참새도 --- 제비도 ----"를 읽으면서 거미가 생각났다. 작업하다보면 벌써 새 건물에 거미들이 들어와 줄을 치고 집을 지어 살고 있었다. 그러면서 교회정문 문턱을 넘나드는 바람이 생각났고 비닐봉투가 생각났다. 그리고 개미가 생각났다. '바람도 부는대로 드나들고 비닐 봉투도 바람결에 넘나드는데 ----. 개미도 그 문턱을 마음대로 드나들텐데 -----! 내가 왜 그 턱을 못넘고 주저하지? 나는 개미보다는 낫잖아!' 내 마음이 녹았다. 주께서 그 말씀으로 내 마음의 주저함을 풀어주셨다. 그 다음 날부터 주께서 편안히 차를 끌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주셨다. 하루아침에 전혀 주저함이나 거리낌 없이, 아주 편안하게 교회정문을 요란하게 드나들 수 있음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요즈음도 차를 끌고 교회정문을 드나들때면 그때 일이 떠오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주 사소한 일이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내 삶의 작은 발걸음 하나를 주의 말씀으로 걷게 하신 주의 주밀한 마음이 느껴져서 참 감사하다. 내 생에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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