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마음에 주의 평안이 넘치시길 기도합니다.
한밭교회 신축부지는 경사진 언덕이었다. 위에서부터 계단식으로 옹벽을 쳐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기둥을 박아야 했다. 공법이 기가 막혔다. 먼저 바닥에 일렬로 큰 구멍을 뚫었다. 그 속에 철근을 뼈대기둥처럼 엮어 집어 넣었다. 그리고 레미콘을부어 넣었다. 나중에 안 쪽의 흙을 파 내면 딱딱하게 굳은 콘크리이트 기둥이 딱 붙은체로 옹벽이 되었다. 높은 쪽의 흙이 무너질리는 만무했다.
땅에 구멍을 뚫는 기계가 수도없이 많은 구멍을 뚫었다. 우리는 그 구멍으로 흙이 들어가지 않도록 계속 삽질을 해서 흙을 폈다. 아래에서는 자매들이 철근을 엮어 계속 뼈대기둥을 만들었다. 그 기둥을 포크레인으로 들어 올려다 놓으면 기계로 들어 그 구멍에 넣었다. 레미콘차가 제법 경사진 언덕을 힘겹게 올라와 레미콘을 계속 부었다. 레미콘 차가 오르다 턱턱거리거나 급정거를 하면서 뒤로 밀리면 우리의 마음은 녹았다. 적다보니 그때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안 쪽의 흙을 파내고 나니 콘크리이트기둥이 붙은체로 도열해 있었다. 보기가 참 좋았다. 더 이상 견고할수는 없어 보였다. 우리는 그 기둥에 묻은 흙을 긁어내고 털어내야 했다. 다시 말끔하게 옹벽을 쳐야 하기에 흙이 묻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봄바람이 많이 불던 날들이었다. 쉽지않은 작업을 우리는 계속 했다. 긁고 문지르기를 멈출 수 없었다. 긁어내는 진흙이 먼지로 날리면서 눈뜨기조차 어려웠다. 나는 "팔려온 종"(시105:7)이었기에 요령을 필 수도 없었고 피지도 않았다. 나를 부인하며 그 일을 계속 했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한 형제님이 제일 위쪽에서 작업하고 있던 우리에게 터벅터벅 올라왔다. 안 올라와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올라와주니 참 기쁘고 좋았다. 그 형제님은 이런저런 일을 거들었다.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형제님이 지금하는 봉사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믿음의 봉사요. 아들을 제물로 드리는 모습은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모습인것이지요. 흔들리지 마시오. 하나님이 다 보고 계시다오!"
당시 나는 집에서 나와 숙소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직장 일을 했고 큰 아이는 초등 4, 작은 아이는 선교원생이었다. 아내와 나는 마음이 달랐다. 가끔 다투었고, 그러고 나면 난 교회로 달려왔다. 그런 상황속에서 날마다 작업을 했는데, 애들 생각이 많이 났다. 몇몇분들이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 날 그 형제님의 위로의 교제는 내 마음을 다 녹였다. 날리는 흙먼지로 나는 눈물에 형제님의 격려로 인한 눈물이 더해져 맺혔다.
"내가 뭔데 이렇게 생각하시고 권고하시나 -----!"
저 아래 현장에서 그 높은 현장까지 그 형제님을 보내셔서 교제를 통하여 위로해 주시는하나님의 마음을 발견하니 너무너무 감사가 되었다. "나 같은게 뭔데----" 하는 생각에 내 마음이 녹았고 눈물이 맺혔다. 내가 보기에 그렇게 위에까지 올라올 필요도 없었고 또 그런 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었다.
바람불던 그 봄 날! 흙먼지를 마시며 흙을 긁어내던 내게 임한 하나님의 크신 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