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교사님이 단기선교사에게 쓰신 시입니다.
너희는 나비라고, 배추벌레가 아니라고.


동짓달의 차가움이 채 가시기 전
약속 뒤에 살포시 묻어 온 세마리 배추벌레

못난 자기 모습에
채송화 같은 머리를 가슴 깊이 묻고는
눈물 흘리던 세마리 배추벌레

굽이굽이 패여진 등골의 주름살
소망 없이 축쳐진 눈살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것이...

그런 자기 모습에
민들레 같은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눈물 흘리던 세마리 배추벌레

어느 날,
그 분이 말씀하셨던가... 너희는
나비라고, 배추벌레가 아니라고.

여름 날의 뜨거운 열기가 비수처럼 꽂힐 때
그 기나긴 밤들을 소망을 헤아리며
지새우던 배추벌레 세마리

그 뜨거움이 막을 내릴 때, 등 뒤에서 들리던 소리
`쩌어억!`
그 틈바구니로 살포시 고개든 푸름에 젖은 날개들

절반은 수줍음으로, 절반은 소망으로
그 가냘픈 다리를 떼고, 푸르름 속으로 자기를 맡겨버린
세마리 푸른 나비들

그 분이 말씀하셨던가! 너희는
나비라고, 배추벌레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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